지난 15년간 악성코드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경험한 대규모 사이버 위협의 신호탄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생생하다. 7.7 DDoS 대란 1주기를 즈음하여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지혜로운 모습이 필요한 때일 것이며, 잊을 수 없었던 1년 전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보고자 한다.
● 평온했던 월요일 대응 근무.. 그것은 사전 예고에 불과했다.
2009년 07월 06일 월요일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월요일은 여러가지 보안 이슈가 참 많았고, 바쁘게 하루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시계 초침이 오후 6시를 넘어 한참 퇴근 준비를 하고 있던 바로 그때 였다. nProtect 제품 고객사로 부터 일부 컴퓨터가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하고 있으니, 원격 접속으로 악성코드 존재 유무를 점검해 달라는 요청이 급박하게 접수되었다.
원격 접속을 통해서 해당 컴퓨터를 확인해 본 결과, 특정 파일이 미국 아마존 닷컴(Amazon.com) 사이트를 대상으로 서비스거부(DoS) 공격을 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전에도 이러한 형태의 악성코드는 지속적으로 목격되고 있었기 때문에 수동으로 해당 컴퓨터를 조치하고, 악성코드 샘플을 채취하여 업데이트에 추가할 수 있도록 처리를 완료 한 후 퇴근을 하였다.
● 긴박했던 7.7 DDoS 대란의 시작 절묘하게 조짐이 달랐다.
2009년 07일 07일 화요일, 전날 야간 근무로 인한 피로감이 조금 남았지만 당일 근무기간 중에는 특별한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고, 평상시와 같이 일반적인 보안 관제 및 대응 업무가 진행되었다.
퇴근 후 이제 갓 2살이 되어가는 아들과 평온하고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잠들기 전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특이 상황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 주요 보안 이슈 등을 모니터링하던 중 포털 등 몇몇 사이트의 접속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였다.
처음에는 장애가 발생하고 있는 사이트들의 일상적인 유지보수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접속 마비 장애에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새벽 5시경 부리나케 회사에 긴급 출근을 한다. 잉카인터넷(INCA Internet) 대응팀에 입사한 이후 처음으로 새벽에 출근을 감행(?)한 첫 날로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 강도높고 피말린 DDoS 공격, 일사분란하게 대응에 착수
2009년 07월 08일 수요일 새벽 5시 자가용을 몰아 적막한 어둠을 뚫고 숨가쁘게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DDoS 상황 추이를 파악해 보았고, 그 결과 징후가 심상치 않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곧바로 사내 시큐리티 대응시스템에 예사롭지 않은 비상 상황을 전파함과 동시에 대응팀 전원에게 긴급 소집 지시를 내렸다.
이렇게 하여 일명 "7.7 DDoS 대란"이라고 불려지는 3박 4일간의 짧고도 길었던 잉카인터넷의 전사적 긴급 대응체계가 돌입하게 되었고, 많은 연구원들이 철야근무에 새우잠을 자면서 고군분투를 하게된다.
하나씩 하나씩 계속해서 악성코드 변종들이 수집되고 분석되어지면서 07월 05일 고객사에 의해서 기접수되었던 파일이 7.7 DDoS 악성코드 파일 중 하나였고, 아마존 닷컴에 대한 DoS 공격이 7.7 DDoS 공격의 첫번 째 목격이었던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이미 예견되었던 지능적인 공격이었다는 점에서 "아차" 하는 마음을 한동안 떨칠 수가 없었다.
보통 7.7 DDoS 공격이라고 말하면 대부분이 2009년 07월 07일에 시작된 내용만으로 알기 쉽지만 실제로 작년 7.7 DDoS 공격자는 미국의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이었던 2009년 07월 04일(2009/07/04 02:50:16 UTC)을 타겟으로 공격을 감행한 것을 파악할 수 있으며, 한참 이전부터 치밀하게 수립된 계획으로 다양한 변종 악성코드를 전방위적으로 유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7 DDoS 공격에 사용되었던 악성코드는 Independence 라는 Spam 성 이메일을 발송하기도 하고, Memory of the Independence Day 라는 문자열로 물리적 데이터(MBR)를 파괴 시도하였다는 점도 미국의 독립기념일과의 연계성을 증명해 주는 중요한 단서로 지목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한국 사이트에 대한 공격이 2009년 07월 07일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7.7 DDoS 대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잉카인터넷은 금융권 및 게임회사 등에 특화화되어 서비스되고 있는 nProtect Anti-Virus 기능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접속되는 다수의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악성코드를 진단하고 치료해 줄 수 있도록 하여 악성코드 치료율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긴급 대응을 펼쳐 효과적인 대국민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 3박 4일간의 눈코 뜰새 없던 대응의 끄트머리
2009년 07월 11일 토요일, 나흘간 쉴 새 없이 숨막히게 진행된 7.7 DDoS 공격은 어느정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전사적 비상대응체계도 조금씩 부분 하향 조정되었다.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악성코드에 감염된 컴퓨터들(Zombie PC / Bot Net)이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고의적으로 조정(C&C)이 될 경우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고, 가상 시나리오만으로 시사되었던 사이버 테러에 대한 잠재적 보안 위협이 어느 정도 현실화 되었다는 점도 매우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사명감을 가진 전문 보안 인력들이 똘똘뭉쳐 모두 하나가 되어 신속한 대응을 이뤄내고 국가안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한 보람과 자긍심을 느끼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였고, 사이버 테러에 대한 경각심이 고취되었던 반면에 IT 강국인 대한민국의 허술한 보안 허점을 보여준 안타까운 현실을 뼈저리게 알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DDoS 공격 위협 대응을 위한 3박자 갖추기
수 많은 보안 공격은 우리가 잠든 시간에도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기 때문에 좀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개인 컴퓨터 사용자들은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Zombie PC 로 전락하지 않도록 보안의식에 대한 좀더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면, 7.7 DDoS 와 같은 보안불감증 피해는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2. 신뢰할 수 있는 보안업체의 ▲개인용 보안 제품(Firewall, Anti-Virus)을 반드시 설치하며, ▲지속적인 최신 업데이트 유지와 실시간 감시 활성화, ▲정기적 검사 수행 등을 통해서 보안 위협 요소를 제거하고, 허용되지 않는 외부 명령을 차단하도록 한다.
3. 각종 보안 정보에 관심을 기울여 각종 Zero-Day Attack 이나 최신 보안 이슈를 통해서 신속하고 적절한 보안 대책을 강구하여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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